사진 한 장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감정의 깊이는 생각보다 깊고 넓다. 특히, 그 사진이 전쟁이라는 끔찍한 현실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있다면 더더욱 그렇다. 아마 많은 이들이 알고 있을 ‘네이팜탄 소녀’, 혹은 ‘전쟁의 공포(The Terror of War)’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이 사진은, 전쟁의 잔혹성과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전쟁의 한가운데서 맨발로 울부짖던 소녀
사진 속의 소녀는 옷을 모두 태운 화염 속에서 맨몸으로 도망치고 있다. 그녀의 이름은 판 티 킴 푹(Phan Thị Kim Phúc), 당시 겨우 9살의 나이였다. 1972년 6월, 남베트남 짱방에서 네이팜탄이 떨어졌고, 그녀는 사원에서 피신 중이었다. 결국 온몸에 3도 화상을 입고 실신한 그녀는 사진을 찍은 AP 소속 기자 닉 우트(Nick Ut)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고, 이후 14개월에 걸친 치료 끝에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그러나 전쟁은 몸보다 마음에 더 깊은 상처를 남긴다. 킴 푹은 그 이후 긴 세월 동안 화상의 후유증과 트라우마, 전쟁의 상징으로 살아야 했고, 현재까지도 그녀의 이름은 전쟁을 기억하게 하는 아이콘으로 남아 있다.
그녀의 두 번째 인생: 생존자에서 평화의 전도사로
킴 푹은 단순한 전쟁 피해자가 아니다. 그녀는 생존자였고, 이후 자신과 같은 어린 전쟁 희생자들을 위한 ‘킴 푹 재단’을 설립하며 평화의 목소리를 내왔다. 최근에는 50년 만에 마지막 화상 치료를 마쳤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전 세계에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나는 희생자가 아닌 생존자입니다.” 그녀의 이 말은 단순한 선언이 아닌, 평화를 향한 의지의 표현이다.
존 레논이 꿈꾸던 세상과 맞닿는 지점
이 대목에서 문득 떠오른 인물이 있다. 바로 존 레논(John Lennon). 그 역시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노래했던 상징적인 인물이다.
“Imagine there’s no heaven... nothing to kill or die for... Imagine all the people living life in peace…”
그의 노래 <Imagine>은 유토피아적인 메시지로도 읽히지만, 우리가 너무 당연하게 여기는 갈등과 경계를 내려놓고자 하는 진심 어린 외침이었다. 그가 엘리자베스 여왕에게 받은 훈장을 베트남 전쟁 반대의 표시로 반납하고, 신혼여행 대신 반전 퍼포먼스를 택했던 이야기는 지금의 우리에게도 많은 울림을 준다.
사랑과 희망, 용서… 킴 푹의 마지막 메시지
“모든 이들이 사랑과 희망, 용서로 가득 찬 삶을 살 수 있길 바랍니다.”
킴 푹은 자신의 마지막 화상 치료 후 이렇게 말했다. 그 문장은 어쩌면 존 레논의 노랫말과 닮아있다. 두 사람은 다른 시대, 다른 방식으로 ‘평화’라는 같은 목적지를 향해 나아간 사람들이었다.
그녀가 평화의 대사로 살아가는 오늘은 단순한 뉴스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 세계 어딘가에서는 총성이 멈추지 않고, 어린아이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상상할 수 있는 용기, 그리고 행동으로 이어지는 진심
전쟁은 누군가에겐 단지 뉴스에 불과하지만, 누군가에겐 삶 전체를 흔드는 파괴다. 존 레논은 상상을 이야기했지만, 킴 푹은 그 상상을 현실로 바꾸려 했다. 그런 점에서 이 두 사람의 메시지는 시간과 공간을 넘어 맞닿아 있다.
평화는 상상이 아니라 선택이라는 것. 그리고 그 선택은, 지금 이 순간 내가 어떤 글을 쓰고,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어떤 감정을 품느냐에서 시작될 수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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