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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 신작, 흥행 실패라 단정 지어도 될까?

westlife8818 2025. 3. 1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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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키 17이 예상보다 부진한 흥행 성적을 거두고 있다. 봉준호 감독의 작품이라고 해서 무조건 흥행이 보장된다는 편견은 이번에 많이 깨진 모습이다. 특히나 국내 관객 수가 200만을 겨우 넘었고, 300만 달성도 쉽지 않아 보이는 상황이다. 극장가에서는 이 상황을 두고 사실상 흥행 실패라고 보는 의견도 나온다.

 

제작비가 1억 5,000만 달러, 한화로 약 2,000억 원이 투입된 만큼, 손익분기점 이야기가 계속 나온다. 업계에서는 세계적으로 대략 2억 7,500만 달러에서 3억 달러 이상의 흥행 수입을 올려야 겨우 흑자를 낼 것으로 점치고 있다. 그런데 3월 09일 기준 집계된 글로벌 흥행 수입이 4,370만 달러 정도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후 추이를 감안하더라도 전 세계적으로 1억 달러를 간신히 넘길 정도일 것이라 보고 있어, 워너브라더스 측 손실액이 1억 달러(약 1,450억 원)에 달할 것이란 예측 기사까지 등장했다.

 

 

봉준호 감독 작품이라는 점은 분명 강력한 장점으로 여겨졌다. 실제로 개봉 직후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주요 박스오피스 1위를 찍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상승세가 오래가진 못했다. 미키 17은 SF 장르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인간 본질에 대한 철학적 메시지와 사랑, 포용이라는 따뜻한 테마를 곁들였다. 이런 시도는 예술적 성취라는 평가를 받지만, 대중성 측면에서 손해를 본 셈이다.

 

 

사실 봉준호 감독의 전작인 설국열차도 SF 장르였음에도 국내에서만 900만 명 이상 관객을 동원했다. 이번 영화 역시 기대감이 상당했는데, 실상은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배급사인 워너브라더스는 흥행에 성공할 경우 글로벌 판권 수익과 콘텐츠 확장성 등을 염두에 두고 막대한 제작비를 투자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투자를 회수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수익에 그치고 있다.

 

 

시장의 반응이 예전 같지 않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OTT 플랫폼이 활성화되면서, 극장 관람을 기피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또 SF라는 장르 자체가 국내외를 막론하고 모든 연령층이 부담 없이 즐길 만한 내용이 아니기에, 가족 단위 관객 유입에도 한계가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북미와 중국에서 더욱 흥행해줘야 했는데, 생각만큼 선전하지 못했다는 점이 뼈아프다.

 

 

일각에서는 미키 17의 조기 VOD 출시 소식이 전해진 것도 흥행 부진을 방증한다고 본다. 북미 기준 3월 25일에 VOD를 선보인다는 루머가 있는데, 워너브라더스는 일반적으로 극장 성적이 좋지 않을 경우 2차 시장으로 빠르게 돌리는 전략을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완성도를 놓고 내부적으로 편집 방식에서 이견이 있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니, 결국 이번 작품이 재편집을 통한 상업성 극대화 대신 예술적 표현을 우선시했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작품성 자체는 상당한 호평을 받는다. 미키 17이 풀어내는 메시지는 보편적인 듯하면서도 철학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많다. 극장을 나와 집에 돌아온 뒤에도 계속 생각나는 영화라는 평도 적지 않다. 하지만 흥행은 자본, 마케팅, 관객의 입맛 등 여러 요소가 얽혀 있어 단순히 ‘좋은 영화’라는 평가만으로 쉽게 성공하기 어렵다. 설국열차처럼 다채로운 액션과 빠른 전개가 동반됐던 작품이 아니라, 좀 더 관조적이고 사유적인 장면이 많아 호불호가 크게 갈릴 수밖에 없다.

 

 

사람들이 극장에 잘 가지 않는 이유도 복합적이다. 티켓 가격 상승, 다양해진 OTT 콘텐츠, 그리고 코로나 이후 달라진 관람 문화를 꼽을 수 있다. 따라서 미키 17이 기대만큼의 관객 수를 동원하지 못하는 건 SF 장르의 특성과 시대적 변화가 동시에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그래도 봉준호 감독 특유의 섬세한 연출과 배우들의 호연은 인정받는 분위기다.

 

 

흥행에서 아쉬운 성적표를 받는다고 해도, 봉준호 감독이 남긴 발자취는 여전히 빛이 바래지 않는다. 이미 기생충을 통해 미국 아카데미상을 거머쥔 세계적인 감독이기 때문에, 다음 행보가 더 기대된다는 반응도 많다. 미키 17 이후 또 다른 장르나 새로운 소재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고 하니, 장기적인 시각으로 보면 현재 결과가 그리 치명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이번 투자 손실로 인해 대규모 예산을 들이는 봉준호 스타일의 차기작 기획이 보수적으로 흐를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결과적으로 영화를 만든 모든 사람들의 바람은 최대한 많은 관객과 소통하는 것이다. 예술성과 상업성의 균형을 맞추는 건 쉽지 않다. 미키 17이 현재로선 기대 이상의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지만, 봉준호 감독 영화라는 점과 다채로운 해석이 가능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후에 재평가받을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다. 그러나 확실한 건, 지금 극장가 분위기와 SF 장르 특성상 당장 큰 반전은 쉽지 않아 보인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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